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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인도

인도여행 - 다즐링(3) 다즐링 맛집 쵸키네 (한식, 날씨, 우기, 티벳, 음식, 한국인)

다즐링의 아침은 항상 비가 왔다. 늘 33도쯤은 기본이었던 콜카타와는 달리 최고기온이 24도를 넘지 않았고 안개와 비 때문에 더 춥게 느껴졌다.

 

 

아침 창 밖 풍경.. 안보여요.. 그냥 안보여요

 

어제 저녁을 먹었던 노점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다즐링은 그리 크지 않아 한두시간이면 웬만한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었고 택시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차 밭에 가볼 수 있는 정도였다. 7월의 다즐링은 너무도 한산했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고, 특히 우기에는 더더욱 여행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인도에서 제일 만만한 음식은 볶음밥, 그리고 계란, 계란, 계란.

 

다즐링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냥 너무 외로웠다. 대화를 할 여행자도 없었고 한국을 떠난지 3주 정도 되니 그리워지는 것들이 많았다. 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날씨는 춥고,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침대와 이불까지 눅눅해져 냄새가 날만큼 습했다. 

 

 

차갑고, 습하고, 우울했던 안개 낀 다즐링

 

기분이 우울하니 식욕도 없었다. 그나마 한식이 있다면 먹고 싶었는데 여행객도 찾아보기 힘든 다즐링에 한식당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식당을 검색해봤는데... 어...? 있다...!! 정확히 한식당은 아니지만 한식과 비슷한 음식을 파는 티벳 식당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즐링을 비롯한 인도 북부지방에는 티벳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티벳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식당 위치도 숙소 근처였기 때문에 '쵸키네'로 알려진 그 식당으로 곧장 향했다. (다즐링 광장에서 구글맵에 '뉴 갤럭시호텔'을 검색하고 지도를 따라가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쵸키네 입구

 

대박. 제육볶음이 있었다. 제육볶음을 주문하니 한국인인지 묻고, 깍두기와 소고기 뭇국 비슷한 국물을 가져다줬다. '쵸키네'라는 식당 이름이 흔히 한국에서 그러듯, 자식의 이름을 붙여 지었을거라고 생각해서 식당 한편에 앉아있던 아들을 가리키며 저 아이가 쵸키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쵸키라고 한다...(당황)

 

 

제! 육! 볶! 음! 깍! 두! 기! 소! 고! 기! 뭇! 국!

 

제육볶음은 한국식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이런 곳에서 매운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깍두기는 정말 맛있게 먹었고 국물은 한국에서 먹던 소고기 뭇국 그대로였다. 같은 날 저녁때도 쵸키네서 육개장을 먹었는데 '어떻게 만들었지?' 싶을 만큼 한국 육개장과 비슷했다.

 

 

아.. 안녕...?

 

쵸키네는 3인용 테이블 단 2개만이 마주보며 놓여있는 구조였고 다른 자리는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과 합석하여 앉게 된다. 한창 육개장을 먹고 있을 때 한 스님이 들어와 내 앞자리에 앉았다. 속으로 '와 이분은 정말 한국사람 같네'라고 생각했지만 티벳사람들 중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스님께서 "한국분이세요?" 하고 말을 건넸다. 놀라움과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는 그 스님이 나에게 찾아온 귀인이라는걸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