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를 떠나는 날이다. 평소처럼 오전에는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기차를 타야 할 시간까지 숙소에 누워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정신없기로 소문난 인도 기차를 탄다는 것이 긴장되기도 했고, 10시간 정도 밤새 기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에 떠나기 전, 잠깐이나마 편하게 쉬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했었지?' 싶은 산타나 하우스 도미토리를 떠나기가 아쉬워 멍하니 방 안을 쳐다보기도 했다.
열흘간 같이 생활하던 산타나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여유있게 실다 역(Sealdah)으로 향했다. 택시나 릭샤를 탈까 하다가 몇백원 바가지를 쓰기가 싫어 버스를 탔다. 30kg의 배낭을 메고 사람이 꽉 찬 현지인 버스를 타니 정신이 혼미했지만 기차역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 오는 인도의 기차역은 정말 혼돈의 카오스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핸드폰, 카메라, 그리고 영혼까지 탈탈 털어갈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 여유가 있어서 기차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뉴 잘패구리역으로 가는 플랫폼을 찾았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지 않아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방의 지퍼 잠금장치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도 기차는 도둑이 많기로 유명해서 항상 배낭을 잘 챙겨야 하고 도난 방지를 위해 여행자들은 자전거 자물쇠를 들고 다니며 가방을 기차에 묶어둔다. 각각의 시트 밑에 자물쇠를 묶어둘 수 있는 쇠로 된 고리가 있고 좌석에 따라 기차의 기둥에 묶어두기도 한다.
기차가 도착하면 탑승 전, 내 기차표에 적힌 기차의 정보와 탑승할 기차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기차 번호, 기차의 이름, 그리고 목적지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각 클래스별 가장 앞부분에 붙어있는 탑승객의 명단을 확인하면 예약할 때 등록된 내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 기차는 처음이라 자리 찾기가 어려웠는데 같은 기차에 타고 있는 인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때는 인도 사람들이 확실하지 않거나 전혀 모르는 것도 너무나 당당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몰랐다. 이들은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나 몰라라 하지 못하는 선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정신없는 여행자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악동들인가..
나는 원래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그 걱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짐을 챙기게 되는데 위 사진에 있는 그물망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냥 간단한 자물쇠를 준비하면 충분하지만 '가방은 절대 잃어버릴 수 없어', '이 정도는 돼야 안전하지' 라는 생각으로 자물쇠 가격만 거의 10만원에 달하는 팩세이프 안전망을 구입해서 가져왔다. 무거운 건 덤.. 그래도 이 안전망이 있어서 인도 여행 내내 기차에서 두 발 뻗고 잘 수 있었다.(라고 하기엔 걱정돼서 바닥에 내려놓지도 않고 내 좌석 위에 올려둠..ㅎㅎ)
뒤척이며 몇 번이나 깼을까.. 어느새 날이 밝고 목적지에도 가까워졌다. 귀중품이 들어있는 가방만 들고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니 기차는 목적지인 뉴 잘패구리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비용 등 지출내역(환율 17 기준)
sealdah역까지 버스 7루피(약 1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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