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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인도

인도여행 - 다즐링(6) 다즐링에서 실리구리(뉴델리, 티벳, 다즐링 차, 인도기차)

지프를 타고 다섯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실리구리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비가 오더니 도착할 때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뉴델리로 떠나는 기차는 다음날 아침이었기 때문에 하루 머물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티벳 스님께서 스님의 거처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며 우리를 이끄셨다.

 

 

 

 

다른 세계 여행자들의 블로그나 여행기에서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거나 며칠간 머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는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신기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님들은 절에서 기거하실 것 같지만, 이 티벳 스님은 사찰 바로 앞에 있는 평범한 '집'에 거주하고 계셨다. 티벳 스님은 우리가 씻을 수 있도록 온수를 준비해주시고 잠자리를 마련해주신 뒤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짜라짜라짜라짜~ 파티

 

저녁식사를 마치고 스님이 어디론가 나가시더니 동네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오셨다. 알고 보니 스님이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이웃들인데, 사촌에 조카에 이모에 삼촌 같은 그런 가족관계였다. 실리구리는 기차역과 다즐링으로 가는 지프 스탠드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의 방문이 없다시피 한 곳이라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잠깐이라도 대화할 기회를 주려고 불러왔다고 하셨다.

 

 

제일 앞에있는 쬐끄만 막내딸을 너무도 예뻐하던 아저씨. 부럽..

 

아이들은 정말 예쁘고 똑부러지고 똑똑했다. 14살이라던 한 아이는 신기할 만큼 영어를 잘했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나중에 한국에 꼭 와보고 싶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인도의 한 마을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나니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스님은 나에게 여행을 마친 뒤 혹시 여건이 된다면 다시 실리구리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아이들에게 들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네다섯명은 된다며 한국어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스님을 거들었다. 나 역시 그런 기회가 있다면 너무도 값진 시간이 될 것 같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꼭 돌아오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릭샤를 타고 떠나는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시는 너무 감사했던 두 스님.

 

다음날 아침 일찍 식사를 준비해주시고, 기차에서 먹으라며 점심까지 챙겨주시는 두 스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뉴델리행 기차를 타기 위해 뉴 잘패구리역으로 향했다. 스님을 만났던 그 날, 내가 쵸키네 가지 않았더라면, 스님과 차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도로가 통제되는 것도 모르고 기차 타기 하루 전날 다즐링을 떠나려다 뒤늦게 도로가 통제되어 델리로 가는 기차도 탈 수 없었겠지.

 

내가 만났던 스님은 조금은 특별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자 스님의 컴퓨터를 꺼내서 소장 중이신 수많은 영어강의를 내 컴퓨터로 옮겨주시기도 하고, 테레사 하우스에 다녀왔다고 말씀드리니 테레사 수녀님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시기도 했다. 또,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티벳 스님과는 티벳어로 대화하시는 모습은 대단하면서도 좋은 환경에서 게으르기만 했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기차에서 먹는 스님표 짜파티. 잘 먹겠습니다:)

 

스님들과 헤어지고 기분이 이상했다.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인연, 감사, 경험, 행운, 이런 단어들이 뒤섞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너무 외로웠고, 습기에 내 마음까지 눅눅했던 다즐링에서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위로받고, 베풀어주시는 많은 것들을 받았다.

 

 

스님들은 나를 찾아오신, 의심할 여지없는 '귀인'이었다.